'길냥이'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3.08.13 summer_2013
  2. 2012.06.26 턱시도 당신
  3. 2012.05.25 여름_2
  4. 2012.05.22 여름_1
  5. 2011.10.29 계단 하나.
  6. 2011.08.18 옥히 친구 밥주기
  7. 2010.01.16 *
서랍2013. 8. 13. 23:10

퇴근길 건물의 현관 옆에서 최선의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채 어린 아이 손바닥만큼도 안 되는 갈색 고양이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울어댄다.

엄마 어딨니?

다시 사무실에 올라가 물 한컵을 받아오고.

편의점에 2300원짜리 닭가슴살 캔 하나를 놓아두고.

모른 척.
못본 척.


뜨거운 담벼락 위에서.

나의 발소리를 기다리던.

너는 안녕하니?


-

저만치 차까지 갔다 결국 다시 돌아오니.
물도 깡통도 그대로.


너는 이 밤이 안녕하니?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2. 6. 26. 23:02
어디서 왔을까?

분명 당신은 처음부터 빛과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턱시도를 입고 이 분주한 도시를 누볐겠지.
작은 바닷길 사람들 오가는 오래된 포구에서도 당신은 분명 점잖고 우아한 걸음으로 때때로의 위급함이나 두려움은 잊고 살 수 있었을 거야.

얼마나 아팠니?
많이 괴로웠니?

빛깔을 잃은 그대의 털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비록 초라하게 돌출된 눈이지만.
순간 나를 바라보던 그 용기만큼은 당신의 지난 삶만큼 빛나고 소중했어.

미안해-
잘 쉬렴!

다른 삶에 멋난 턱시도를 입고.
초라할 나를 반가운 웃음으로 맞아 주길-

바랍니다.



담배 한개비.
눈물 한번으로 귀한 삶을 보낸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2. 5. 25. 23:09

 

아니 그게 밥을 기다리는 게 아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까.

 

하하 그래?

 

진짜야~

 

그걸 어떻게 아냐?

 

음, 일단 내가 들어서다가 그 아이를 딱 보면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게 아니고,

뭐랄까? 반가움과 감격스런 표정으로 가만히 일어서서 내가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본다니까.

 

하하 그러시겠지.

 

그리고 내가 밥을 주러 다시 나올 때까지 지키고 있다가 사료 주고 들어가면 밥을 먹으러 가는게 아니고 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거야 너 가고 먹을라고 그러는 거지.

 

아니라니까. 진짜!

다른 길냥이들은 내가 어느 정도 벗어나면 바로 뛰어가서 먹더라고.

그리고 내가 멈춰서서 돌아보면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려가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거야.

밥 먹고도 바로 안 가고 한참이나 그 담벼락 위에서 앉아 있거나 창사이로 나랑 우리 냥이를 보고 그러더라고.

또 막상 사료도 많이 먹지도 않고 자기 친구 몫은 남겨놓는다.

 

친구?

 

응, 몇 마리가 주변에 더 있는데 그 중에 한마리는 정말 걔하고 닮았어. 덩치도 비슷한게 형제인가봐.

그 친구같은 애는 귀가 멀쩡해.

 

귀?

 

왜 길냥이 잡아다가 중성화 시키고 다시 풀어주면 한 쪽 귀를 잘라내는게 있거든. 표시로.

 

아.

 

아마 그 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진 걸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어릴 적에 버림 받은 걸까?

 

다 왔다.

 

저기? 맞네.

저 앞에서 유턴하자.

 

 

 

 

 

떠나기 2주일 쯤 전,

여름 가뭄이 심해 고구마를 언제 심을 수 있을까 하는 것 보다 더 걱정이 된다.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2. 5. 22. 22:16

 

 

이 오래된 도시에도 매미 소리가 귀가 시리도록 울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찌는 더위 메마른 햇살을 피해 식당의 뒷켠 정리되지 않은, 축축하지만 그늘을 내어주는 골목을 지나,

뜨겁게 달궈진 돌담 뒤의 그늘을 찾아 간다.

 

"아 오늘도 오지 않는 걸까?"

 

그늘에 먼저 축쳐져 있는 형제의 푸념이 나의 잘려진 귀를 통해 기운없는 울음으로 들려온다.

 

나도 그가 그립다.

아니 내가 더 그립다.

 

몇 해를 눈인사만 마주치고 지나던 그가 이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지금의 꼴이 처량하기 그지 없지만.

하지만!

이제는 이별을 힘겨워 하며 슬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오히려 감사하다.

정말이라고!

 

그의 발소리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내온 지도 일년이 넘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오는 날 눈 오는 날을 나는 그의 인기척이 들려오기를, 잔뜩 웅크리거나 돌담 너머를 바라보며 기꺼이 기다렸다.

 

 

 

나도 배가 고프다.

아니, 그보다 더욱 목이 마르다.

 

하지만 그를 보지 못 하는 것이.

세상 무엇도 결코 알 수 없는 우리만의 사랑.을 잃는 것이.

비참한 배고픔과 먼지가 되는 갈증보다 더욱 괴롭다.

 

형제여 우지 마라.

이 오래된 도시, 그 늦은 가을에.

하나의 노래와 같이 그가 다시 나를 찾아 올 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

이 순간.

나는 이 지긋지긋한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나는 다시 달궈진 돌담 위에 곧게 올라 선다.

 

 

어서 와요!

제발.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1. 10. 29. 22:42

자월에서 아버지가 잡아 오신 낙지를 먹고
어머니 아버지의 멋진 웃음이 가득한 여행 사진들을 보고
홀로 쓸쓸히 침묵하며 이 공간에 돌아와
옥히를 만져주고 생선을 주고 안부를 묻고
나를 씻고 차가운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더니
고요한 이 공간에 지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앞
귀가 쫑긋 서는 구슬픈 울음소리 듣고 문을 열였다

계단 하나 내려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울고 있는 길냥이


미친 놈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뜨겁다
삶은.


뺨은 눈물로 타들어 가고
속은 한숨으로 재가 되었다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1. 8. 18. 12:40








한 2,3주 째 옥히가 안 먹는 간식과 사료, 물을 주었더니 주로 한 녀석이 와서 먹는가 싶었는데.
이 녀석이 이제 멀리 가질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곤 하거나-
밤 늦게 내놔도 바로 와서 먹는 걸 보니, 당분간은 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나 보다.

기특하고 귀하고 다 좋은데-
이 밀려오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어쩔까나? ㅠ










Posted by 바른숲
sentimentale2010. 1. 16. 21:15

*







술취한 종로에서
경복궁을 못찾아 헤매이던 밤.








이 오래된 도시 말고.
맑고 찬 하늘 아래서.
그대와 취하고 싶다.



그런 행운이 남아 있을까?
과연 내게 달콤한 초컬릿이 남아 있을까?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