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내리는 날
한 쪽 발목이 없는 사람이 쏟아지는 눈을 그대로 맞으며 세 개의 발로 뚜벅뚜벅 걷는다.
눈길을 웃으며 달리던 아이가 미끌하며 잠시 춤을 추더니 다시 내달린다.
종종 걸음의 정장 입은 사람이 눈이 녹아 젖은 길 위로 폭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벌떡 일어선다.
눈이 엉겨 얼어붙은 화단 위에 참치캔을 놓아주니 작은 고양이가 소리를 지르며 덜 열린 뚜껑을 밀어낸다.
술에 취한 사내가 눈 위를 천천히 걸어오는 경찰차도 버스도 힘껏 걷어찬다.
화가 난 기사가 욕을 뱉어내며 엑셀을 밟자 버스는 눈 위를 무섭게 달려간다.
휘청이는 아가씨가 눈이 채 녹지 않은 뒷굽으로 내 구두를 짓누른다.
눈 길에 얼어버린 나의 발은 아프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서랍2012. 12. 15. 19:44
서랍2010. 8. 3. 23:23
서랍2010. 3. 1. 22:47
illustrated record2010. 1. 13. 04:09
sentimentale2009. 12. 1. 08:58
정말.
12월의 첫새벽
일찍 잠에 깨면서,
문득 올해 처음 남겼던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잠자리가 떠올랐어요.
(Love Letter / 1995 / 岩井俊二)
작년 성탄절 선물로 제게 러브레터 DVD를 받으신 분들.
다들 잘 계신가요?
영화에 대해 쓰려는 건 아닙니다.
겨울.
다시 12월.
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요.
얼음 속의 잠자리를 보고 이츠키樹가 한 그 말이
오늘 새벽녘 침대 위에서 떠올랐을 뿐입니다.
パパは死んだんだ。
가을이 가고,
겨울의 끝을 넘지 못하고.
보통은 숨을 다하게 마련이니까요.
우리네 삶은 어디만큼 왔을까요?
내 호흡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다들 잘들 계시지요?
저는 잘 있습니다.
拝啓, 藤井樹様。
お元気ですか。
私は元気です。
a winter story
sentimentale2009. 11. 7. 20:37
sentimentale2009. 11. 4. 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