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2012. 5. 22. 22:16

 

 

이 오래된 도시에도 매미 소리가 귀가 시리도록 울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찌는 더위 메마른 햇살을 피해 식당의 뒷켠 정리되지 않은, 축축하지만 그늘을 내어주는 골목을 지나,

뜨겁게 달궈진 돌담 뒤의 그늘을 찾아 간다.

 

"아 오늘도 오지 않는 걸까?"

 

그늘에 먼저 축쳐져 있는 형제의 푸념이 나의 잘려진 귀를 통해 기운없는 울음으로 들려온다.

 

나도 그가 그립다.

아니 내가 더 그립다.

 

몇 해를 눈인사만 마주치고 지나던 그가 이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지금의 꼴이 처량하기 그지 없지만.

하지만!

이제는 이별을 힘겨워 하며 슬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오히려 감사하다.

정말이라고!

 

그의 발소리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내온 지도 일년이 넘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오는 날 눈 오는 날을 나는 그의 인기척이 들려오기를, 잔뜩 웅크리거나 돌담 너머를 바라보며 기꺼이 기다렸다.

 

 

 

나도 배가 고프다.

아니, 그보다 더욱 목이 마르다.

 

하지만 그를 보지 못 하는 것이.

세상 무엇도 결코 알 수 없는 우리만의 사랑.을 잃는 것이.

비참한 배고픔과 먼지가 되는 갈증보다 더욱 괴롭다.

 

형제여 우지 마라.

이 오래된 도시, 그 늦은 가을에.

하나의 노래와 같이 그가 다시 나를 찾아 올 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

이 순간.

나는 이 지긋지긋한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나는 다시 달궈진 돌담 위에 곧게 올라 선다.

 

 

어서 와요!

제발.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