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늘이 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너의 피지 못한 삶은 어떻게 위로 받고 있는지.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그 만큼 세월은 빨라지고 있단다.
정말 많은 것들이 흘러 간다.
수많은 것들이 아쉬워할 새도 없이 흘러만 가고 있다.
하나하나 잡고,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은데.
지금의 이 순간도 너무 귀하고 안타까운데.
이 흐르는 시간을 어찌할 방법이 없구나.
상민아.
상민아.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더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고 나서야.
나는 이제 진창에서 머리 하나 만큼 올라서고 있다.
이것이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겠지만.
이것이 전부냐고 하면.
그렇다.라고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허무와 두려움을 좀 잊고,
회복의 역사를 누릴 수 있는 희망을 좀 가지고 싶구나.
그래서
너와 너의 형제와 너의 부모님을 뵙고 싶구나.
그런 봄을 바랄 날이 오길.
왠지 빛이 좋고,
그냥 파랗고 멋진 하늘에.
예전 풀내음 흩어지듯 좋은 어떤 날에,
그렇게 너를 좀 만나고 싶다.
그래서 이 미안한 마음.
머리털 만큼의 무게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민아.
조금만 더 기다려 다오.
미안하다.
미안해.
..
지난 겨울에 올라선 우리 옥히도 잘 돌봐주렴.
또 무언가 부탁하게 되어 또 미안하구나.
미안하다. 상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