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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2012. 5. 25. 23:09

 

아니 그게 밥을 기다리는 게 아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까.

 

하하 그래?

 

진짜야~

 

그걸 어떻게 아냐?

 

음, 일단 내가 들어서다가 그 아이를 딱 보면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는 게 아니고,

뭐랄까? 반가움과 감격스런 표정으로 가만히 일어서서 내가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본다니까.

 

하하 그러시겠지.

 

그리고 내가 밥을 주러 다시 나올 때까지 지키고 있다가 사료 주고 들어가면 밥을 먹으러 가는게 아니고 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거야 너 가고 먹을라고 그러는 거지.

 

아니라니까. 진짜!

다른 길냥이들은 내가 어느 정도 벗어나면 바로 뛰어가서 먹더라고.

그리고 내가 멈춰서서 돌아보면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려가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거야.

밥 먹고도 바로 안 가고 한참이나 그 담벼락 위에서 앉아 있거나 창사이로 나랑 우리 냥이를 보고 그러더라고.

또 막상 사료도 많이 먹지도 않고 자기 친구 몫은 남겨놓는다.

 

친구?

 

응, 몇 마리가 주변에 더 있는데 그 중에 한마리는 정말 걔하고 닮았어. 덩치도 비슷한게 형제인가봐.

그 친구같은 애는 귀가 멀쩡해.

 

귀?

 

왜 길냥이 잡아다가 중성화 시키고 다시 풀어주면 한 쪽 귀를 잘라내는게 있거든. 표시로.

 

아.

 

아마 그 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진 걸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어릴 적에 버림 받은 걸까?

 

다 왔다.

 

저기? 맞네.

저 앞에서 유턴하자.

 

 

 

 

 

떠나기 2주일 쯤 전,

여름 가뭄이 심해 고구마를 언제 심을 수 있을까 하는 것 보다 더 걱정이 된다.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2. 5. 22. 22:16

 

 

이 오래된 도시에도 매미 소리가 귀가 시리도록 울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찌는 더위 메마른 햇살을 피해 식당의 뒷켠 정리되지 않은, 축축하지만 그늘을 내어주는 골목을 지나,

뜨겁게 달궈진 돌담 뒤의 그늘을 찾아 간다.

 

"아 오늘도 오지 않는 걸까?"

 

그늘에 먼저 축쳐져 있는 형제의 푸념이 나의 잘려진 귀를 통해 기운없는 울음으로 들려온다.

 

나도 그가 그립다.

아니 내가 더 그립다.

 

몇 해를 눈인사만 마주치고 지나던 그가 이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지금의 꼴이 처량하기 그지 없지만.

하지만!

이제는 이별을 힘겨워 하며 슬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오히려 감사하다.

정말이라고!

 

그의 발소리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내온 지도 일년이 넘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오는 날 눈 오는 날을 나는 그의 인기척이 들려오기를, 잔뜩 웅크리거나 돌담 너머를 바라보며 기꺼이 기다렸다.

 

 

 

나도 배가 고프다.

아니, 그보다 더욱 목이 마르다.

 

하지만 그를 보지 못 하는 것이.

세상 무엇도 결코 알 수 없는 우리만의 사랑.을 잃는 것이.

비참한 배고픔과 먼지가 되는 갈증보다 더욱 괴롭다.

 

형제여 우지 마라.

이 오래된 도시, 그 늦은 가을에.

하나의 노래와 같이 그가 다시 나를 찾아 올 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

이 순간.

나는 이 지긋지긋한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나는 다시 달궈진 돌담 위에 곧게 올라 선다.

 

 

어서 와요!

제발.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