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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옷깃
sentimentale2010. 9. 8. 05:43
 

 











 

몇 해 전인가.

4호선 산본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한가한 주말 오후였나-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고 사진도 찍으며 있다가.

 

나도 모르게 한 여자의 옷깃을 끌어낸 적이 있었다.

 

혼이 나간 듯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옆에 서 있다가.

 

뛰어들거나 달려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전차의 앞으로

가만히 들어서던 그 여자의 옷깃을

잡아채거나 끌어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꽉 잡아주었다.

 

그 옷깃을.

잡아주었더니.

 

화를 내더라.

 

옆구리에 끼고 있던 카메라를 보더니

어디 기자라도 되냐고 횡설수설 하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는데

내 남편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계속 되뇌었다.

 

어물거리는 눈빛과 촛점이 없는 목소리는,

그 말이 입으로 나오지 않고.

그 시선이 눈으로 나오지 않고.

다만, 그 창백한 피부에서 나왔다.

 

잠시 후에 역무원 두 명이 뛰어 올라와서

그 여자를 끌고 갔는데

 

양팔이 잡혀 끌려 내려가면서.

당황하며 바라보고 있는 내게.

자기를 신고한 나쁜 놈이라고 욕을 했지만.

 

그 화가 난 순간의 원망도

그의 창백한 피부에서 울려 나왔다.

 

 

방금 전차의 기사가 놀라 역사에 연락해 데려가는 거라는.

그 역무원의 이야기가.

 

무슨 까닭인지.

순간 나를 당황함에서 평안함으로 바꾸어 주었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전차를 타고 오이도로 향했다.

 

 

 

 

 

 

 

 

 

지금.

나는 옷깃이 없다.

 

 

 

 

 

 

 

 

 

 

픽션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