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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4 외로움의 재발견
  2. 2012.06.08 이별의 재발견 1
서랍2012. 6. 14. 00:11

 

 

저는요- 몸 파는 여자여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그래도 사랑할 자신이 있어요.

지금요- 바로 지금.

 

...

 

아-

아아-

정말이에요.

너무 외로워요.

 

...

그래.

 

네.

죄송해요.

 

 

그렇게 주욱 늘어선 공중전화부스중에 하나에서 헤어나왔다.

서울역 광장에 늘어선 저 버스를 타야만 집에 갈 수 있다.

가자.

외로움에 대한 투정은 충분했다.

 

 

아악!

 

들려오는 외침에 성큼 성큼 걸어간다.

전화부스를 막고 서 있는 노숙자의 뒷덜미를 잡아 챈다.

 

어린 대학생의 지갑이지만 돈 천원을 꺼내 주고.

그 사이 바쁜 걸음으로 멀어지는 여자의 뒷 모습을 본다.

 

깨닫는다.

아- 나는 스스로 외롭구나.

 

 

 

외로움의 재발견.

 

 

 

Posted by 바른숲
서랍2012. 6. 8. 12:35


더위가 아스팔트 위로 빠르게 올라오는 유월말 아침 열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정류장 벤치에 기대어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지난 봄 나는 실연당했다.

긴 시간을 만난 관계를 마무리하는 데는 그 만큼의 시간까지는 아닐지라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술자리가 잦아지고 출근도 늦어진다.
결국은 이 더위에 술병인지 몸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밤새 앓아 반차를 내고 늦은 출근을 한다.

대로 복판 버스 정류장에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뛰고 싶은 의욕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더위는 점점 더 오래된 도시를 덮어온다.

그 날 밤 나는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뜬금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만리타향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선언에 당황한 탓도 있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좋은 조건의 이직이 실패한 터라 그 자괴감이 더 컸다.

그녀는 내게 한없이 미안하다면서도 우리의 마음이 이삼년의 것으로 흔들릴 까닭이 없으며 때때로 오고가며 더 좋은 미래를 가져보자는 이야길 해주었는데, 나는 그 맥주집에서의 두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그녀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헤어진 것이다. 그날 밤 내가 친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분명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번뇌하며 내게 어렵사리 아픈 마음으로 그런 이야길 꺼냈을 터, 그 길지 않은 시간을 멋지게 들어주지 못한 그 날 밤의 내가 몇 년의 연애를 망쳤다
'너 참 후졌다' 가 내가 들은 마지막 평가였다.

버스가 온다.
욱신 거리는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타자 도시의 더위는 간 곳 없는 추위가 느껴진다. 자리배치도 다양한 신식 버스에는 입김이 나지 않을까 '하-' 하고 테스트를 하고 싶을 정도로 에어컨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한산한 버스의 뒷쪽에 앉아 덜컹 출발하는 버스의 진동 속에 대여섯살짜리 꼬마의 푸념이 들린다.

엄마 이 버스는 왜 후졌어?
왜? 이 버스가 더 새 거고 좋은 거야.
아니야, 다른 거랑 달라서 별로야.

나는 깨닫는다.
나의 연애가 끝난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사랑이 달라진 까닭 뿐이라는,
그 더욱 초라한 깨달음.

 

이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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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