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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5 9년전의오늘.
illustrated record2010. 7. 5. 21:34

9년 전 오늘.
99년 7월 5일 이 시간 즈음엔.

난 경남 사천 훈련소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은 잘 돌아갔을까?
특히, 우현이는 잘 있을까?
통이 넓은 건빵바지와 입고간 티셔츠 하나로 며칠을 버텨야 하는 걸 알았다면.
아마 좀 더 편안?하고 움직이기 좋은 옷으로 입고 갔을 텐데-

내일에 대한 예상 따위는 물론 없었고, 그저 자야한다는 자기 주문만 계속 되내이고 있었던가?
난생 처음 누워보는 넓은, 불꺼진 내무실의 여기저기서 소곤대며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들도 들려왔다.
가족에게 경례를 하고 뒤로 돌아 병영 안으로 행진을 하면서, 진정으로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의 실체는. '막막함' 오로지 그것이였다.

어떤 비장함이나 두려움 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순전한 막막함.

끝도 없는 깜깜한 터널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빨려들어가는 그 먹먹한 기분.


하지만.
생각해보면, 훈련소의 첫날은 괜찮았다.
아니, 원래 훈련소는 재미있다- 계급없이 동기가 모인 괜찮은 캠프 같다고 할까?
생각보다 두렵지 않았으며, 여기 모인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 때는 몸으로 하는 모든 것, 서서 참고 버티는 인내심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7월의 훈련소의 모든 과정(화생방 제외ㅠ)은 생각보다 너무 수월했고,
아버지의 충고대로 '근무'를 맡으면서 그 훈련소 생활의 즐거움.까지 찾았다.

근무 핑계로 밤마다 창고에 모여 담배 나눠 피고 과자 묵고 잡담하며 보내던 근무 동기들. ㅎㅎ
덕분에 야간지속때 정말 밤 꼴딱 샜던 기억-
훈련소 마지막날 마신 화이트 소주의 숙취- ㅎㅎ
군수근무들 잘 살고들 계신가?
그 마지막 기념 사진은 아직도 인천 집 액자에 걸려 있다오-


멀쩡한 이를 뽑아 군대를 가지 않는 것만 있더냐?
잘난 정치야 빼고 연예인들도 심심해 찾아보면 멀쩡히 군대 다녀온 사람이 훨씬 적던데.
왜 내 주변은 온통 현역들 뿐인지- ㅎㅎ
사실은, 훈련소 정도는 갈만 하니 공익이라도 하면 좋을 것을. -ㅅ-



군가도 과제와 같이 외워야 하는 훈련이지만.
유독 맘에 드는, 좋아하는 군가도 있게 마련이다.


높은 산 깊은 물을 박차고 나가는 사나이 진군에는 밤낮이 없다. 는 군가를

높. 깊. 박차고. 나. 사나이. 진. 밤낮이 없다-

로 박력으로 부르며 알통 구보를 하던 시절이 때때로 참 그립다.
아니다. 그리울 만큼 익숙하게 긴 시절도 아니였으니-
그립다. 보다는 부럽다.로.



어찌 되었던.
그랬다.
9년전엔 오늘은.










아 문득 여름 매미 소리가 듣고 싶다.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