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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2009. 2. 2. 14:46

얼마전 성황리?에 종영된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운명] (출처_너는내운명 홈페이지 배포 월페이머)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모조리 불치병으로 해버리라는 개콘의 대사처럼, 막장의 끝을 보여주고 종영된 너는 내운명.
결국 새벽이는 시어머니에게 골수를 전해주고 친엄마는 거대한 재산을 남겨주고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아마도-)

 골수기증은 (이제는 골수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말초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조혈모造血母세포라고 하죠.) 가까운 혈액원이나 헌혈의 집등을 방문하여 약간량의 혈액을 채취하여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내 혈액 속의 HLA 정보를 DB상에 저장했다가, 기증 신청자와 같은 조혈모세포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나타날 경우 코디네이터를 통해 연락이 오게 됩니다. 즉, 신청을 하고도 실제 기증을 하는 경우까지는 매우 많은 단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천운.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매주 로또를 꾸준히 사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ㅎㅎ)
 문제는, 우리 사회는 기증이 활발하지도 않은 터에, 신청을 한 후에 실제로 기증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여러가지 이유(주로 생업에 관련되거나, 가족의 반대가 아닐까?)로 포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기증자와 환자 간의 정보는 법적으로 알 수가 없으므로, 기적처럼 새 생명의 기회를 찾았던 환자는 알 길이 없는 기증자의 포기로 두 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질병, 그 중 불치병에는 백혈병이 단연 많습니다. (제가 어릴 적엔 순 심장병이였던 거 같은데-) 언제나 염려스러운 것은, 그 영화나 드라마등을 접하는 실제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너무 과한 설정과 비상식적인 불치병의 등장으로 시청자의 관심과 시청률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현실 속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아픔이 될 지는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모, 그런 배려따위야 나의 경험과 못난 성격 탓이라 넘어갑시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의 홍보지 '선한이웃'


 신체의 일부, 조혈모세포나 신장 등의 장기를 생면부지 남에게 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저도 사후 장기 기증만을 등록했지만, 생전의 신장 기증의 신청은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터에 이번에 눈에 띄는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잠시 토막 기사로 인터넷에 올랐다가 곧 잠잠해졌지만, 장기기증자들의 특성 상 이 일의 해결이 쉽게 나지는 않는 듯 보입니다.
 왜냐하면, 장기 기증을 신청한 사람들은 상당수 스스로 원해서, 스스로 검색을 하고 가입을 하고 등록 신청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강요나 캠페인보다도 개개인의 의지가 더 컸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지나가는 소식일지라도, 기증신청자들에게는 큰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선한이웃 표지 관련이 아닌, 언론 보도에 대한 본부의 의견이라는 군요-


 이런 공지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어청수 전청장의 노력으로 7천여명의 경찰이 기증 신청을 하였으며, 이에 공군등 기타 공공기관들에게까지 그 성과가 퍼지게 되어 선한이웃으로 인터뷰 기사를 올렸는데, 잘못된 보도에 의해 장기기증의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이런 공지글이 올라온 것은 당연히 그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많은 기증 신청인들이 수고스럽게 찾아와 기증의사를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음- 실은 저도 기부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비록 사후의 기증 신청으로 장기나 각막 기증 정도였고, (역시 가장 대단한 것은 신장의 이식입니다.) 기증을 당장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죽거나 뇌사상태가 되어야만 이뤄질 일이기 때문에, 별 거 아닌 우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몇 십년 뒤에나 줄 지도 모를 선물을 미리 삐쳐서 안 준다고 하는 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한국의 장기 기증의 실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증에 기증의사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장기 기증은 자발적이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단체인 장기기증 운동본부의 기증 신청자라면 열에 아홉은 스스로 결심하고 찾아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별 것 아닌 선택이지만, 그 결심의 사소하지 않은 의미를 알고 있기에 더욱 더 취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고민과 결심, 의지들을 정부의 미화 선전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만큼 혐오스러운 것입니다.

 단순한 비약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2008년 1월 제17대 대통령 당선자 정책자문위원단 자문위원
2007년 5월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 위원장
21세기 국가발전 연구원 이사장
 

 네이버 검색을 통해 가장 상위 3줄의 경력입니다.
노무현 탄핵 당시 의사봉을 휘둘러 제게 두통약을 사먹게 해주신 그 인물.
바로 이번에 새로 부임한 '사랑의 장기 기증 운동 본부'의 신임 이사장의 경력이죠.
이름이나 사진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 중요한 것은 아닐테니까요. 국회의장까지 지내셨던 분이 저런 재단의 이사장이시라면 그 영향력으로 훨씬 많은 활동을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 하지만, 저는 그런 조직에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 까닭이 없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너무 똑똑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저 먹고 살기도 바쁜 이 시절에 모른척.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인데.
이미 알고, 이미 깨닫고 있으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은 하고 싶습니다.

실로 비리고 역겨운 권력의 개가 되어버린 공권력, 권력의 개를 위한 나팔을 부는 단체에게.
죽어서라도 나의 눈이나 나의 장기를 떼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혹시 압니까?
제가 내일이라도 떠날 지.



자, 그럼 저 남다른 결심을 하신 분들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정말 기증을 포기하셨을까요?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들은 아니실 겁니다.
그 외의 단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 http://www.obos.or.kr/   와 같은 단체도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도 반드시 조혈모세포 은행이나 적십자를 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외의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꽤 순위가 높은 비혈연 조혈모세포 기증자 입니다.
가족들의 반대가 너무 심했고, 제게도 힘들고 아픈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 랄까?
그 의미. 랄까?
-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30년 꼬박 살면서,
제 숨에 그보다 더 의미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선택받음에 제 인생의 운을 믿게 될 정도입니다.
(로또를 매주 사야하는데! -ㅅ-+)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정치 놀음이고,
별 것 아닌 팜플렛 하나이겠지만,
적어도.
저에겐 아닙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분노로 실망한 많은 분들의 염려처럼.
저도 그 실낱같은 희망을 바라는 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염려합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어떤 의미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재단의 사과는 없었고, 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괜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들의 파렴치가 많은 "선한 이웃" 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Posted by 바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