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일을 앓았더니 정신이 좀 맑아진 기분이 든다.
이상하게 열이 많이 나고 콧물이 나서 -,.-
혹시나 신종플루인가 했더니 그냥 독감이란다.
그 밤에 늦게 모여 급 피곤이 몰려왔는데.
왠 미국산 소고기가 나와 빈속에 소주를 하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더니 냉큼 감기가 찾아온 터였다.
미국산 먹고 병 걸리까 그러냐 하는 웃음이 더 싫다.
이런 시발.
병든 고기를 먹고 뇌가 망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끝도 없이 정의에 무관해 지는 내 인생이 한심한 까닭이다.
신종플루가 고양이에게도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반은 억지로 간 거지만,
백년만에 주사 두방을 맞고 오니 좀 나아지는가 싶은데-
역시 밤이 되니 다시 으슬으슬 몸살이 온다.
얼마 전에 대영이에게 어그를 선물 받았다.
겨울 초입부터 인터넷을 통해 구입을 해볼까 망설이던 터에-
너무 감사한 완소 아이템.
도장에 갈 때 꼭 신고 가야지- 하는데.
그 횟수가 맘처럼 많지 않아 더불어 아쉽기도 하고.
마침 대영이가 미착용 상태로 찍어둔 사진이 있어 기념 삼아 올려 둔다.
by 대영
은근히 편안한게 통짜 고무 사출이라 방수력도 좋다.
사진 클럽 어느 작가님 프로필에,
내가 핸드폰을 받지 않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걸어달라고,
미친 듯이 나의 안부를 찾아달라고 하는 글귀를 보았는데-
집 떠난지 십여년이지만 이번은 참 그랬다.
너무 많이 아팠으며,
너무 많이 쓸쓸했고.
날 괴롭히는 옥히를 위해 현관문을 살짝 열어 둘까 몽롱한 상태로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으며,
그 현실이 비루하여 밤새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이 콧물이 범벅이 되는데 휴지가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 웃다가.
종일 커피와 찬 햄버거 하나 먹은 내가 불쌍해,
새벽녁에 냉장고를 뒤져 미소를 꺼내 더운 물에 풀고 알배추를 엉기성기 썰어 국물을 좀 내어 먹으려니,
다시 콧물이 국그릇에 떨어지니 이걸 먹어야 사람인지 안 먹어야 사람인지-
그 꼴이 참 가관이였다.
그 아프다는 것이 아름답다는 얼마 전 무슨 영화의 대사 처럼.
아픈 것이 이 하찮은 존재의 의미함에 거대한 메타포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휘어질 바늘 끝에 피와 고통을 뿜어내는 이 연약한 육신의 비루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빈말일 지라도 설렁탕 한그릇 싸다 주마 하는 마디와,
빈말일 지라도 그렇게 좀 안 살았으면 싶다는 또 하나 마디와.
그 내면의 진정성은 차갑게 비웃어지더라도.
내 외면의 뻔뻔함은 차라리 비린내가 풍기는.
이 참 멋나지 못한 고통에.
참을 수 없는 욕지거리가 나오게 마련이더라.
씨발
씨발
씨발
속에서 구린내가 나는 이 청춘의 겨울이.
목에만 털이 감긴 고무신 하나에 썩 어울리지 아니한지.
참- 멋드러지게 어울리지 않느냐 말이다-
저 너머의 짐승의 가죽을 두르고 다녀야만 하는 이 가녀린 겨울아.
꺼져라 이제.
꽃이 보고 싶다.